대한노인회 199개 지회 기금 8억2000여만원 전달… ‘세계 유례 없는 일’

“분단을 막지 못한 세대이지만 그나마 이 나라를 여기까지 만들었다. 이제 후세를 위해 통일된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
통일기금 모금에 참여한 김낙용 평택시지회장의 말이다.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 응당해야할 일이었다는 것과 기성세대로서 분단·통일에 대한 책임의식과 결연한 각오 등이 짙게 배어있다. 대한노인회는 이 같은 염원을 담아 지난 9월부터 46일간, 199개 지회, 72만7069명으로부터 8억2309만원의 통일기금을 모았다. 노인들은 기초연금, 노후자금, 손자에게 줄 용돈 등을 흔쾌히 내놓았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발적인 동참이었다.

노인들의 자발적 참여… 1000원으로도 얼마든지 위대한 결과 만들어

10월 19일, 이 심 회장을 비롯 송태진·박병용·황영하·김광홍 부회장 겸 연합회장, 서원석·이정익·이돈섭 부회장, 남상해 종로구지회장, 정태진·고세일·한상덕 이사 등은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통일과 나눔 재단’(이사장 안병훈)을 방문해 기금을 전달한 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단체는 앞으로 △통일기금 모금 사업 공동 추진 및 홍보 △기타 통일 관련 사업들의 공동 추진 및 홍보 등을 같이 한다. 통일과 나눔재단은 조선일보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으로 통일나눔펀드를 적립해 통일을 위한 사업에 쓴다.
이 심 회장은 “대한민국 노인들은 부양받는 노인이 아니라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서 통일 사업에 앞장 서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미국·캐나다 등 대한노인회 해외지부로도 모금 운동을 확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병훈 통일과나눔재단 이사장은 “어르신들은 금 모으기운동 등 나라가 어려울 때 앞장서 모범을 보이셨고 이번에도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분들이 한마음으로 정성을 모아주신데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민간운동으로서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통일준비위원장인 김광홍 충북연합회장은 “노인은 생전에 통일을 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며 “특정인이 많이 내는 식의 일반모금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지난 7월 충북도청 회의실에서 개최한 제3차 이사회에서 통일나눔펀드 모금운동 참여를 결의하고 그 자리에서 김광홍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통일위원회를 구성해 모금을 해왔다. 모금액은 중앙회 임원 20만원, 지회장 3만원, 부총장 이상 사무처장 2만원, 부서장과 사무국장 5000원, 일반직원과 경로당 회장은 각 3000원, 일반 회원 1000원(자율적 납부) 등이다.
한편 대한노인회의 통일모금은 한 단체의 기부자 수에서 기록적인 일로 여겨져 언론·학계 등 사회 각 분야에 뜨거운 화제가 됐다. 조선일보는 기금 전달 직후 전국의 지회를 찾아가 다양한 모금사연 등을 듣고 감동적인 기부릴레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렇게 많은 노년세대가 뜻을 한 데 모아 헌금을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로 대한민국에 기부문화의 새장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 조직의 구성원이 72만명이나 참여한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며 “통일나눔펀드는 우리 국민 공동의 염원인 통일 열망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부 문화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이 자발적으로 기부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1000원으로도 얼마든지 따뜻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모범사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나눔과 베풂을 통해 노인이 행복한 나라 만들기’ ‘나눔과 베풂을 통한 통일한국시대 구현’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좀 가진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 등 봉사와 도움의 손길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