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건강마일리지 시범사업

“허리 통증이 줄어들고, 체력도 강해지고 기분도 좋아졌어요.”
11월 10일 서울 도봉구 창2동에서 만난 강은석(79)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강 어르신은 지난 8월부터 집안 곳곳에 운동법 안내 포스터를 붙여놓고 매일 오전‧오후 한 차례씩 30분~1시간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목 뒤로 밀기’부터 시작해 ‘앉아서 무릎 구부렸다 펴기’로 마무리되는 운동을 능숙하게 시범 보였다. “제법 잘하죠?”라고 묻는 강 어르신의 얼굴에는 구슬땀과 함께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노인건강마일리지’ 사업의 효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대한노인회는 내년부터 노인건강마일리지 시범사업에 참여해 경로당 회원들의 건강 증진에 나선다. 사진은 시범사업 참여 노인이 방문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하는 모습.

운동 실천하면 점수 주고 보상… 만족도 높고 고독사 예방
내년부터 대한노인회 참여… 2018년엔 전국에 보급하기로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소 등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노인건강마일리지’ 시범사업이 마무리 된 가운데 내년 사업 준비에 돌입한 모양새다. 특히 내년부터는 본사업 궤도 진입을 위해 대한노인회와 손을 잡을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인건강마일리지’란 노인들에게 운동방법을 알려준 뒤 스스로 운동을 실천하는지 점검해 점수를 부여하고, 누적점수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동기부여를 통해 노인들의 운동 참여를 북돋우는 사업으로 대한노인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서울 도봉구 등 3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됐고 올해는 6곳으로 늘려 11월 초까지 실시했다. 370여개 경로당에서 6800여명이 참여했는데 대한노인회와 함께하는 내년 시범사업에는 경로당과 인원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사업은 크게 자택에 방문간호사를 파견해 1대1로 관리하는 방식과 경로당에 건강지도사를 파견해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구 달서구, 충남 예산군 등 5곳이 경로당에 건강지도사를 파견했고 도봉구만 유일하게 1대1로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도봉구는 경로당에 가지 못할 정도로 허약해진 관내 독거노인 42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했다. 14명의 방문간호사들이 각각 3명의 노인을 돌봤는데 1주일에 3번씩 14주간, 총 42회동안 대상자의 집을 방문해 운동지도와 관리를 진행했다.
노인들은 운동을 하루 하면 2점씩 점수를 받았고 사전 체력 측정 50점, 사후 체력측정 10점, 교육 참여 10점 등 여러 조건을 채우면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1인당 최대 200점까지 쌓을 수 있고 누적점수에 따라 보상으로 쌀, 파스, 치약을 지급받았다.
이를 위해 노인들은 운동을 한 후 ‘자가운동 점검표’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그날의 운동여부를 체크했다. 상품 욕심으로 하지도 않고 붙이는 사람이 있을 거라 우려했지만 대부분 양심적으로 체크했고 노인들은 평균 한 주에 5일 이상 운동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경로당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예산군 등 5곳도 점수부여 방식과 보상을 제외하면 도봉구의 운영방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고무적인 사실은 사업시행 후 6곳 모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도봉구 노인들은 체력측정지표인 ‘평형성’(외발 서기로 버티는 시간 측정), ‘하지근력’(30초 동안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난 횟수 측정), 상완근력(2kg 아령 30초 동안 들었다 내린 횟수 측정) 등이 참여 전보다 눈에 띄게 나아졌다. 참여 후 노인들은 평형성이 17.28초에서 19.40초로 2.12초 늘어났고 하지근력은 15.82회에서 18.01회로, 상완근력은 20.11회에서 23.25회로 각각 2.19회와 3.14회씩 증가했다.
다른 5곳도 결과가 비슷했는데 대표적으로 예산군은 참여 후 평형성(15.24초→19.77초), 하지근력(14.92회→18.18회), 상완근력(19.94회→23.28회)이 모두 개선됐다
우울 정도 측정에서도 사업 이전보다 30% 이상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65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94%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도봉구 보건소 김은숙 간호사는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 대부분이 건강과 미소를 되찾았는데 이 사업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선할 부분도 사업을 통해서 드러났다. 가장 큰 과제는 지자체와 타 기관이 경로당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건강 프로그램과 겹치는 부분이다. 경로당을 대상으로 한 경우 이미 다른 건강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곳은 제외해야 했지만 이 점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경로당은 중복으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건강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고 소외당한 경로당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건보공단은 2017년까지 진행될 시범사업을 통해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 점차 참여경로당과 인원을 확대해 효과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이런 점이 개선되고 효과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현재 경로당에서 운영되는 여러 건강 프로그램은 노인건강마일리지 사업으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