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단계 환자 연명의료 중단 가능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임종 단계의 환자가 스스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웰다잉법’이 지난 1월 8일 마침내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의원 203명 중 찬성 202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이 법은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 따라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이를 결정한 의사나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현재는 연명의료 중단이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회생가능성이 없어도 끝까지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명의료 결정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의사와 가족이 살인죄로 기소된 지 18년만이며, 2009년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중단해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대법원이 받아들인 ‘김할머니 사건’ 이후 6년 반 만이다.

연명의료 받지 않겠다는 사전의향서 작성해둘 필요
영양분‧물‧산소 공급, 통증 완화 진통제 투여는 계속

연명의료 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가 듣지 않으며 급속히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임종기 환자만 가능하다. 따라서 ‘환자가 임종 과정에 접어들었다’는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의 의학적인 판단을 거쳐야 한다.
이런 임종기 환자 가운데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뜻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의식이 살아 있을 때 환자 자신의 뜻에 따라 담당 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거나 미리 만들어 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가 있으면 된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의향서가 없으면, 가족 2명 이상이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진술하면 된다. 환자의 뜻을 모를 땐 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엔 반드시 의사 2명의 확인이 있어야 유효하다.
사전의향서는 만 19세 이상인 사람이 미리 직접 작성해 두는 것이고 연명의료계획서는 연명의료를 할 생각이 없는 환자의 뜻을 담당의사가 작성한 문서이다.
사전의향서는 일정한 형식을 갖춰야 된다. 법에 따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구’가 신설될 예정이며 이곳을 통해 사전의향서를 등록하거나 철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법 시행 전 민간단체나 병원 등에서 작성된 사전의향서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양식을 갖춘 경우 최대한 인정하고 사전의향서 등록기관을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10만여 건의 사전의향서가 작성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작성기관에 등록‧보관된 서류는 1만건에 불과하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과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만 중단할 수 있다. 통증완화를 위한 진통제 투여, 영양분과 물, 산소의 공급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웰다잉법이 통과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오랜 사회적 논의 끝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며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은 “이번에 통과된 법은 임종을 앞둔 부모에 대해 자녀들이 기본적인 효를 다하면서도 고종명(考終命, 천명을 다하고 죽음을 맞이함) 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웰다잉 교육을 하다보면, 많은 어르신들이 사전의향서에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어떻게 작성해야 되는지 몰라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건소나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에 사전의향서 작성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작성한 서류를 모아 국가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