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 전후 부산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오승준(32) 씨는 지난 3월 5~6일 1박2일 동안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부산 동구 ‘초량 이바구길’을 다녀왔다. 오 씨는 일제강점기 개항한 부산항과 해방 후 피난민의 생활터였던 1950~60년대, 산업 부흥기였던 1970~80년대 부산의 모습을 둘러보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바구 자전거’를 타고 골목투어를 하고 ‘168도시락국’에서 옛날도시락을 먹고 게스트하우스인 ‘이바구 충전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오 씨의 이 모든 일정에는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부산 어르신들이 함께 했다.

▲ 지하철 부산역 7번 출구를 나오면 시작되는 ‘초량 이바구길’이 융복합노인일자리 창출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형 일자리를 비롯해 가이드, 승용 자전거 등 다양한 노인 일자리가 만들졌고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은 승용 자전거인 ‘이바구 자전거’를 운전하는 노인의 모습.

부산시, 관광콘텐츠로 개발… 한해 방문객 10만명 돌파

"최근 부산 근현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관광지로 떠오른 초량 이바구길이 융복합노인일자리 창출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융복합노인일자리란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노인일자리를 결합해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와 농촌의 상생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를 위해 부산시, 동구, 부산관광공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동구노인복지관 등 민관이 힘을 합쳤다.
먼저 부산시와 동구는 2013년 1.5㎞ 구간에 ‘초량 이바구길’을 조성했다. 이바구는 ‘이야기’의 부산 사투리로 이바구길은 이야기길이란 뜻이다. 이바구길은 부산역 건너편에 자리한 부산 최초 물류창고인 남선창고 터에서 출발해 옛 백제병원 건물, 초량초등학교 담장에 설치된 이바구 갤러리, 우물터, 168계단, 김민부 전망대, 당산, 망양로까지 이어진다. 길이 조성되자 동구노인복지관이 시장형 일자리의 일환으로 ‘168도시락국’, ‘625막걸리’, ‘이바구 충전소’를 개설했고 동구시니어클럽에서는 ‘이바구 자전거’, ‘우리 동네 일등꼬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성된 노인일자리만 50여개에 달한다. 이어 부산관광공사가 역시 노인일자리의 하나인 이야기 할배‧할매 80여명을 이바구길 곳곳에 배치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가이드 역할을 맡겼다.
이바구길 노인일자리는 전국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케이스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일정 지역에 노인 일자리를 집중 배치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다”면서 “지역 관광 콘텐츠와 노인 일자리 결합 모델은 타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조성 3년째인 지난해에만 10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이달 말 예정된 ‘168계단 모노레일’ 설치가 완료되면 노인 일자리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어묵을 판매하는 ‘이바구 할매오뎅’을 비롯해 ‘전통놀이체험단’과 ‘정란각 게스트하우스’ 등도 노인 인력을 바탕으로 운영될 예정인데 이들 3곳 사업장에 필요한 노인 인력만 30여 명에 달한다.
초량 이바구길의 성공으로 부산 내 다른 지역에 조성될 이바구길에도 노인 일자리가 속속 생겨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