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일 경남 봉화군 산골마을 현동리 주민들의 숙원이 이뤄졌다. 마을에 공영 목욕탕이 들어선 것. 그간 주민들은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려면 봉화읍까지 한 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가야 했지만 이젠 불편을 덜게 됐다.
사업비 총 4억3000만원이 투입된 이 목욕탕은 부지 241㎡(73평), 건축면적 142.29㎡(43평) 규모로 완공됐다. 일반 대중탕보다 작은 규모지만 주민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장 후 3월 초까지 이곳을 이용한 주민은 3000여명에 이른다.

▲ 오지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목욕탕’ 사업이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은 경북 봉화군 재산면에 들어선 행복목욕탕.

서울 노원구는 문 닫은 목욕탕 활용해 개소… 고령자 요금 3000원

장진한(50)씨는 “목욕탕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목욕탕이 주민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좋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고령자 공동시설지원 시범사업’의 일환인 ‘작은 목욕탕’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가고 있다.
이 사업은 건강한 목욕문화 확산 및 농촌 고령자의 위생 여건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채산성이 맞지 않아 민간 목욕시설이 들어오기 힘든 농촌 주민들에게 건강을 지키는 공간이자 사랑방으로도 자리매김 했다.
작은 목욕탕은 규모가 크지 않아 남녀를 구분해 격일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대신 냉·온탕을 비롯해 샤워시설, 사우나실, 탈의실 등 필요한 시설은 모두 갖췄다. 요금은 무료부터 3000원 선으로 민간 사업장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사업비는 농축산부와 해당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한다.
하지만 이처럼 장점이 많음에도 정부 주도의 작은 목욕탕 사업 지속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이 사업이 포함된 ‘농촌 고령자 공동시설지원사업’의 지속 여부가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현재 작은 목욕탕은 전남북도를 비롯해 충북도, 경북도 등에서 200여개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 중 전남도와 전북도는 2012년 경부터 지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북도 내 작은목욕탕은 25개소, 전남도는 119개소에 달한다. 농축산부가 지원하는 목욕탕은 전국 28개소에 그친다.
사업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전남도. 박준영 전 도지사가 임기동안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덕분이다. 목욕탕 시설이 없는 50개 이상의 읍면에서 차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한 장터에 소규모 목욕탕을 지어 남녀가 번갈아가며 목욕할 수 있도록 했고, 그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2013년 12월 순천시 송광면 이읍마을에 들어선 ‘외서·송광 행복한 목욕탕’은 주민 건강복지센터로서의 기능도 담당한다. 시는 목욕탕을 열며 외서면 및 송광면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건강체조, 물리치료 등 보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오지마을 뿐 아니라 대도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목욕탕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2014년 11월부터 중계동 시영3단지 목련아파트 상가 지하에 ‘노원 행복나눔 목욕탕’을 조성해 운영 중이다. 시설이 낡고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목욕탕을 활용했다.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뿐 아니라 주민 모두에게 문을 열었다. 요금은 일반인 5000원, 할인대상 3000원이다. 할인 대상은 장애인등급 4급 이상 장애인, 65세 이상 고령자, 한부모가족, 국가유공자, 할인 대상자의 보호자 등이다.
목욕탕이 위치한 아파트 단지는 주민 상당수가 장애인과 어르신 세대로,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다. 이를 감안해 이용자들의 편의 목적으로 지난해 9월 목욕탕 출입구를 자동문으로 바꿨다. 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하1층과 지상2층을 연결하는 장애인용 15인승 승강기도 설치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행복나눔 목욕탕에 ‘계절별 탄력운영제’를 도입해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이용 시간을 달리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과 내실있는 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행복나눔 목욕탕이 고령자가 많은 대도시 지역의 롤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