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에 거주하는 장명숙(여‧71) 어르신은 몇해 전부터 노인대학과 노인복지관에서 실시하는 문화프로그램을 수강하느라 한 주를 바쁘게 지낸다. 먼저 그는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에는 집 근처 노인복지관에서 라인댄스를 추며 건강을 돌본다. 이어 화요일엔 김포노인대학에서 진행하는 노래교실에 참여해 최신 가요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고 목요일에는 1년 전부터 시작해 제법 수준급 실력을 갖춘 하모니카를 배우기 위해 복지관으로 향한다. 장 어르신은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도 챙기고 취미 생활도 즐길 수 있어 젊었을 때보다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장 어르신의 경우처럼 노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노인대학과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대한노인회 노인대학 320여곳을 비롯, 전국 교회 노인학교 3200여곳과 전국 복지관 250여곳에선 적게는 3~4개 많게는 60개 이상 문화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노인대학들은 예산 문제로 인해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강좌를 선택해 개설하고 있다. 이석영 김포노인대학장은 “예산 문제로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한계가 있어 학생들이 요구하거나 반응이 좋은 것을 선별해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은 노인복지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가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문화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본지에서 동대문구‧서초구‧영등포구 등 서울시 노인복지관 22개 문화프로그램을 집계한 결과 가장 많이 개설된 것은 노래교실과 건강체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인 22개 노인종합복지관 대부분에서 현재 노래교실과 체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총 791개로 복지관 별로 평균 36개의 문화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관 운영프로그램은 크게 네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건강체조 등 건강증진프로그램, 노래교실‧서예 등 취미‧교양프로그램, 영어‧일본어 등 언어프로그램,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는 정보화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 개설된 것은 취미‧교양이다 288개로 복지관별로 평균 13개씩 개설돼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요교실이 가장 인기가 많다. 복지관 22곳에서 전부 운영 중일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하모니카와 서예도 인기가 높았다. 복지관 18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10개 복지관 중 8곳 꼴로 운영 중이다. 가요교실은 부담 없이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하모니카와 서예는 적은 비용으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타 악기에 비해 휴대가 간편한 하모니카와 붓으로 한글과 한문을 쓰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서예는 매분기 개설될 만큼 수강생이 많다”고 말했다.
또 민요(15곳), 사물놀이(11곳), 가락장구(11곳) 등도 복지관마다 한 개씩은 개설돼 있어 전통음악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복지관별로 평균 11개(총 238개)의 건강증진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댄스스포츠, 요가, 라인댄스가 18개로 가장 많았다. 폭 넓게 보면 벨리댄스, 포크댄스, 신바람댄스 등 춤과 음악을 접목한 댄스프로그램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13개로 가장 많았다.
구기종목으로는 예상외로 게이트볼(5곳)보다 탁구가 더 많은 곳에 개설됐다. 15곳의 복지관에서 탁구교실을 운영 중인데 이는 게이트볼이 실내에서 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탁구를 이은 구기 종목은 당구였다. 2곳 당 한 곳(11곳)에서는 당구대가 설치돼 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언어프로그램 중에는 문해교실이 가장 많았다. 1곳을 제외한 복지관 21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초급, 중급, 고급으로 분류되는 외국어에서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비슷한 수준으로 개설됐다. 영어(초급)가 19곳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어(초급)와 중국어(초급)도 18개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요구하거나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증가하면서 수업을 세분화해 개설한 복지관이 많았다.
조사 대상 중 가장 많은 17개 외국어 강좌를 개설한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외국어를 수준별로 나눠 수업을 진행하고 회화와 노래를 결합한 강좌도 개설했다”고 말했다.
정보화 프로그램의 경우 컴퓨터 초급강좌와 인터넷 초급강좌는 각각 18곳과 16곳의 복지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젊은 사람들도 배우기 힘든 동영상 제작 방법(8곳)과 사진 편집 기술강좌(9곳)를 개설한 곳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마트폰 강좌를 개설한 복지관은 6곳으로 예상 외로 적은 편이었다. 초창기에는 많이 개설됐으나 스마트폰 보급이 정착되고 다양한 곳에서 강의가 진행되면서 복지관 수업에서 점차 줄고 있는 것이다.
노원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컴퓨터 실력을 쌓은 노인들의 요구에 따라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스위시’와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 등 고급 강좌를 점차 개설해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