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한 모(여‧91) 어르신은 최근 치매를 앓는 남편의 병환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한 어르신의 남편은 최근 폐렴으로 고생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욕창까지 심해졌다. 하지만 그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매주 왕진을 와주는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속 의사들이다. 한 어르신은 “치료는 엄두조차 못 냈는데 직접 방문해주는 의사들 덕분에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주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노인의료복지에 도전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6일 안산의료사협 요양원에서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서울‧대전 등 전국 25개 결성… 거동불편 노인에 방문진료도
재가장기요양센터, 요양원 등 만들어 노인의료복지 실현 목표

최근 서울을 비롯해 대전, 대구, 경기 등 전국 곳곳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이 결성돼 노인의료복지에 나서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사협이란 지역주민과 의료인들이 함께 출자해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을 말한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모아 한의원, 병원, 치과, 요양원 등의 의료기관을 운영한다. 의료와 관련됐기 때문에 설립조건이 까다롭다. 출자금 1억원에 조합원 500명 이상일 때 설립이 가능하고 조합원 기본 출자금은 5만원 이상이다. 보건복지부의 인가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현재 전국에는 안산의료사협을 비롯해 25개의 의료사협이 결성돼 있고 참여 조합원은 3만여명, 출자금은 60여억원에 이른다.
의료사협은 질병의 예방과 조기 발견 등을 통해 조합원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익을 따지지 않고 더 나아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주치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사협에서 운영하는 병원을 이용함으로써 조합원들은 자신의 과거 병력과 현재 상태까지 완벽하게 파악하는 주치의를 갖게 된다. 주치의는 조합원의 가정을 직접 찾아가거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교육 등을 통해 조합원이 아플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덕분에 병원 다니기 힘든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조합원이 아닌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지만 조합원이 될 경우 비급여 진료비의 10%를 할인해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취약계층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과 재가장기요양센터를 운영하는 의료사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운영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조합의 규모를 키워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한다는 방안을 가진 의료사협이 대부분이다.
현재 조합원 6000여명, 출자금 10억여원을 모아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안산의료사협은 의원, 한의원, 치과 등 1차 의료 기관 외에도 가정간호, 재가장기요양센터, 요양원 운영 등 노인들을 위한 각종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사협에서 운영하는 노인의료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안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40여명의 어르신이 이용하는 ‘꿈꾸는 집 요양원’은 아래층에 위치한 조합 소속 의원을 통해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는 등 선제적이며 최적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100여명으로 구성된 조합봉사단이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체조, 레크레이션 등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심리적 안정감도 주고 있다. 요양원을 이용하는 김임순(여‧85) 어르신은 “간호사나 의사가 전부 자식처럼 대해줘서 집에서 지내는 것만큼 편하다”고 말했다.
안산의료사협은 또 매주 화요일 금요일 두 차례 관내 60명에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반찬을 무상으로 전달하는 복지혜택도 제공한다.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으로 직접 4~5가지의 반찬을 만들고 배달까지 도맡고 있다.
조합원 고환수(58) 씨는 “더 많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해 혜택을 좀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전 민들레의료사협, 경기 안성의료사협 등도 조합비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공공의료 복지에 힘쓰고 있다.
조합비로 무료진료에 나선 의료사협도 있다. 경기 과천·군포·안양·의왕시 등 네 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행복한마을의료사협도 취약계층 노인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실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매달 1000여 명 조합원이 적게는 1000원, 많게는 5만원씩 각출해 조성한 200여만원의 조합비로 매주 목요일 오전에 취약계층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달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의료비 걱정을 덜고 있다.
행복한마을의료사협 오춘희 상무 이사는 “의료사협의 목표는 치료가 아닌 평소에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재가요양사업과 함께 요양원 운영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