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공공기관만으로는 한계를 있다. 공공자원을 통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넘어 민간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민간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년학회(회장 권순만)와 서울시는 5월 13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제11회 서울노년학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주제는 ‘노인복지 증진을 위한 공공·민간 파트너십(협력관계)’이다.

▲ 한국노년학회와 서울시는 5월 13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노인복지 공공·민간협력’ 심포지엄을 열어 일본·홍콩 등 사례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5월 6일 방영된 KBS-TV ‘명견만리’에 소개된 일본 ‘쉐어 가나자와’의 모습. 이 마을에서는 노인들이 대학생·아동들과 어우러져 산다.

일본, 지방에 은퇴노인주거단지…대학생·아동들과 어울려 살아
홍콩 “노인들, 복지 수혜자만이 아니라 돌봄사업 참여자로 변신”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의 전문가들이 해당 국가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 사례를 집중 소개했다. 각국 사례 발표에 이어 국내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다케오 오가와 ‘아시아 에이징사업 센터’ 회장(큐슈대 교수)은 고령사회 선진국 일본의 공공·민간 협력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최초 형태로 1980년에 설립된 도쿄 서부 인근의 무사시노시(武蔵野市) 공공복지법인을 들 수 있다. 이 공공복지법인은 빈곤층이 대상이 아니라 돈(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독거노인들이 그 지역에 계속 거주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돌봄을 필요로 하는데, 공공복지법인이 가정방문 케어 등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유료로 진행되며, 보유한 집·땅에 대해 역모기지 방식을 도입했다. 먼저 가정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상자가 사망한 후 부동산을 처분해 정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일본에서 적은 비용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민간 협력모델 중 하나로 ‘관리자 지정시스템’이 있다. 이는 공공복지센터를 공공의 예산으로 설립하되 운영은 민간에 맡기는 방식으로 사회복지공단 지역회, 비영리단체(NPO), 민간 기업 등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4층 건물을 고층건물로 높이는 리노베이션(재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을 거두는 지자체도 있다. 일본 지바현(千葉縣) 카시와시(柏市) 토요시키다이(豊四季台)단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층수 확대공사를 통해 병원, 은퇴노인 주거 시설 등을 설치함으로써 통합공동체 돌봄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의료와 간병 문제 때문에 고령인구가 대도시에 집중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은퇴노인주거단지를 지방에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은퇴노인주거단지는 고령자가 건강할 때부터 간병이 필요할 때까지 중간에 이사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동체’이다. 사회복지공단을 중심으로 민간상업시설이 입주하고 입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민간 협력의 한 유형이다.
성공한 은퇴노인주거단지로는 2013년 설립된 ‘쉐어(share) 가나자와(金澤)’가 유명하다. 이시카와현에 있는 이 마을은 노인만이 아니라 대학생, 아동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으로 ‘마을 만들기’ 관점에서 재설계 됐다. 대학생들에게는 저렴한 월세 대신에 일정시간의 자원봉사 의무가 부과된다. 고령자도 단순히 부양받는 존재가 아니며, 자기 몫의 일을 한다. 80세의 남성어르신이 편의점 카운터에서 일하고, 비교적 젊은 남성어르신은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운동을 가르친다.
홍송이 동국대 교수는 ‘싱가포르 고령화 정책 및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홍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10년간 복지정책을 연구한 바 있다. 홍 교수는 “싱가포르의 경우 평균수명의 증가, 출산율 감소, 홀몸노인의 증가 등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장기요양보호 제공인력 중 49%가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싱가포르는 저소득층에서 외국인 요양보호 인력을 고용할 경우 소요경비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외국인 요양보호자의 경우 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테리 럼 홍콩대 교수는 ‘받는 사회에서 참여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홍콩의 새로운 노인정책과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홍콩은 공공·민간 협력을 통해 ‘그랜드 무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체계화된 운동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하고 생산적인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체육지도자 훈련을 실시하고 이렇게 익힌 기술로 취업과 자원봉사 기회를 얻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단순히 사회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노인 돌봄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현숙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 사례에서 아동·학생·노인의 거주시설과 사적인 상업시설을 같은 지역사회에 통합적으로 설계한 ‘쉐어 가나자와’는 우리나라에서 참고할만한 모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