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어르신들이 대구를 비롯한 서울 등 도시에서 쓰레기로 방치된 공간을 꽃과 나무로 탈바꿈 시키는 환경운동인 게릴라 가드닝을 실시하면서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대구 '꽃을 든 시니어봉사단' 소속 어르신이 게릴라 가드닝을 하는 모습.

뉴욕서 처음 시작… 도심 속 방치된 공간 정비하는 환경운동
대구 ‘꽃을 든 시니어봉사단’ 초등학교 등 지역 가꾸며 호평

대구 북구 문성초등학교 뒤편에는 작은 공터가 하나 있다. 예전에 화단을 조성해 놓은 곳이지만 관리를 하지 않아 식물은 이미 다 말라 비틀어졌고 오가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22일 이곳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쓰레기는 사라졌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듯 화사한 꽃들로 가득했다. 공터를 화단으로 바꾼 것은 대구 대불노인종합복지관 ‘꽃을 든 시니어봉사단’ 소속 20여명의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누구에게 부탁을 받거나 돈을 받고 한 일이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릴라 가드닝’을 실천한 것이다.
최근 국내‧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게릴라 가드닝에 노인들이 합류하면서 이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게릴라 가드닝은 도심 속 쓰레기가 쌓인 방치된 공간, 보도블록의 작은 틈새 등에 꽃과 나무를 심어 도시에 활기를 불어 넣는 환경운동을 말한다. 불시에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게릴라처럼 기습적으로 거리에 식물을 심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3년 미국 뉴욕에서 리즈 크리스티와 동료들이 빈 공터를 정원으로 가꾸면서 시작됐고 2004년 영국인 리차드 레이놀즈가 자신의 집 주변 버려진 땅을 화단과 정원으로 가꾸며 이 과정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게릴라 가드닝 운동은 개인 또는 국가 소유의 땅을 가리지 않고 불시에 진행된다. 상가 주변 지역과 상습적으로 주민들이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장소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일반도로와 고속도로 주변으로도 타깃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건국대 학생들이 서울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주변을 꽃과 나무로 정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전국 곳곳에서 이 운동이 펼쳐지면서 지역사회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노인들이 가세하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가장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봉사단이 대불노인복지관의 ‘꽃을 든 시니어봉사단’이다. 지난 3월 결성된 봉사단은 게릴라 가드닝을 위해 원예 기초 이론과 실습교육 등을 이수한 후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밀짚모자와 주황색 스카프를 장착하고 유니폼인 멜빵바지를 입은 봉사단 회원들은 모종삽을 비롯한 각종 원예장비를 챙겨 매달 2~3차례 북구 거리로 나선다.
특히 이날은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공터 정비를 진행했다. 꽃을 심을 만한 공간이 많지 않아 벽에다 꽃을 걸고 아래쪽에는 벽화를 그려 넣는 작업을 병행했다 청색 멜빵바지가 흠뻑 젖을 만큼 땀범벅이 됐지만 현장에 있는 누구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짜증 내지 않았다. 회원들의 얼굴은 손에 쥔 꽃보다 더 환한 미소로 가득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회원들이 정성껏 화단을 조성하는 모습에 감동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쓰레기 불법투기를 단속하고 계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현재까지 이들이 조성한 6곳 중 대부분의 장소에서 쓰레기 불법투기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이들이 심은 꽃이 대신하고 있다.
봉사단을 이끄는 이태규(여‧68) 씨는 “쓰레기 불법투기로 지저분했던 공간이 깨끗해지는 것을 보며 마음의 치유도 하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인들의 활약은 서울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시책 사업으로 조성 중인 종묘·탑골공원 일대 어르신문화 특화거리를 노인들이 게릴라 가드닝으로 꾸밀 예정이다. 이를 위해 30여명의 노인들은 지난 6월부터 3개월 과정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원예와 버려진 우유팩을 화분으로 만드는 리사이클링 수업을 받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씩 진행되는 수업이 끝나는 오늘 9월부터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을 토대로 삭막한 종묘와 탑골공원 일대를 꽃과 나무로 물들일 계획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노인들의 거리를 노인들의 손으로 가꾼다는 사명감 때문에 참여 하는 분들의 열의가 높다”면서 “이번 교육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원예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릴라 가드닝이란
도심 속 방치된 공간에 꽃과 나무를 심는 환경운동. 1973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시작됐고 2004년 영국인 리차드 레이놀즈가 자신의 집 주변 버려진 땅을 화단과 정원으로 가꾸며 이 과정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