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쩝쩝거리면서 먹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주변 사람들이 불쾌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지난 8월 7일 경기 안양시의 한 펜션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 연출됐다. 임하나(여‧23) 씨를 비롯한 20대 남녀 4명과 여성 어르신 4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한 것이다. 이날 진행된 ‘일상다반사-친밀한 밥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청년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감자피자, 또띠야 등 이국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들에게 밥상머리 예절을 알려줬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김정례(여‧73) 어르신은 “젊은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예절을 알려주면서 그들의 생각도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지난 8월 7일 ‘일상다반사-친밀한 밥상’에 참여한 어르신들과 청년들이 밥상머리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핵가족화로 사라져 갔던 밥상머리 교육이 최근 전국 160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는 등 되살아나고 있다.

어른과 함께 식단 짜고 요리… 식사예절‧사회성 자연스레 길러
청년‧어르신 ‘친밀한 밥상’도 주목… 지혜 배우고 세대간 소통

핵가족화로 점차 사라져갔던 밥상머리 교육이 부활하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160여개 초중고를 대상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경북도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할매할배의날 행사와 연계해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밥상 예절을 알려주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가족이 식사 시간에 함께 대화를 나누며 예절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는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1980년 하버드대학교의 캐서린 스노 교수는 연구를 통해 식사시간 가족 간의 대화가 아동 언어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2010년 콜롬비아대학교 약물오남용 예방센터의 연구에서도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일수록 1주일당 가족과의 식사횟수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를 살리기 위해 교육부는 2012년부터 실시중인 초등학생 대상의 ‘체험형 밥상머리 교육’을 중학생으로 확대했다. 교육부와 풀무원, 푸드포체인지가 함께 시작한 교육은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높이고 인성을 함양하는 90분짜리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반기(5월 2일~7월 8일)와 하반기(9월 1일~10월 31일)로 나누어 서울‧인천‧광주‧부산‧경기 등의 지역에서 진행된다. 교육대상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확대·운영돼 총 160개교에서 시행되며 40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교육과정도 체계적이다. 부모자식 혹은 삼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건강한 식단을 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함께 재료를 구하는데 이때 신선한 야채나 고기를 선별하는 지혜를 전수한다. 이렇게 고른 재료로 가족이 함께 요리하며 친밀감을 높인다. 또 완성된 요리를 맛보며 예절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경북도에서 할매할배의날과 연계해 진행하는 밥상머리 교육에는 전문가를 참여시켜 교육효과를 높였다. 경북도는 지난 5월부터 관내 시군구 23곳을 돌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달 2~3개 지역의 초등학교 학생들과 조부모를 초청해 전문강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7월 20일 경북 성주군 월항초등학교 강당에서 진행된 교육에서는 8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밥상머리 교육이 진행됐다. 전문가 강의를 통해 식사 전 인사말, 대화 나누는 법 등을 배운 학생들은 자신들의 부모와 조부모 앞에서 이를 실천했다.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손주들이 실수한 부분을 다정하게 알려줬고 오랜만에 긴 대화를 나누며 오븟한 시간을 가졌다.
박수철(66) 씨는 “손자랑 떨어져 지내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었는데 모처럼만에 옛 어른들에게 배웠던 것처럼 예절을 알려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안양예술문화재단의 ‘일상다반사-친밀한 밥상’은 밥상머리 교육뿐만 아니라 어르신과 청년의 세대통합을 추구해 주목받고 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청년문화기획그룹인 주밍안양(zooming anayng)이 손잡고 8월 한 달간 매주 목‧금요일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청년들에게 식사예절을 비롯한 각종 삶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청년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문화를 어르신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청년들에게 청결을 위해 식사 전에 반드시 손을 씻고 급한 일이 아니면 TV와 스마트폰을 자제할 것을 권장했다. 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는 먼저 먹지 않아야 하고 식사를 마친 후에도 어른이 일어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것은 실례라고 가르쳤다. 어르신들은 이 과정을 통해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밥상머리 교육이 끝난 직후에는 어르신들과 청년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이 현재 가진 고민들을 털어놓으면 어른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주며 청년들을 격려했다.
임하나 씨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줄면서 잊고 살았던 식사예절을 되새길 수 있어 좋은 자리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