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만4000여개 경로당 가운데 사용 면적이 99㎡(30평) 이하인 곳이 7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협소한 공간은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사실상 운영되기 힘든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경로당이 13.7%이고, 소화기가 없는 곳도 19.8%에 이르러 경로당 시설 및 비품에 대한 점검과 예산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어컨 없는 경로당 13.7%나… 10곳 중 2곳은 소화기 비치 안돼
71.3% “식사·청소 도우미 없다” 응답…점심 제공에 어려움 겪어
여성 경로당 회장 증가 등 노인지도자의 바람직한 변화 나타나

대한노인회는 9월 8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16년 경로당 활성화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특히 6만4000여개 경로당의 현황에 대한 사상 첫 전수조사라는데 큰 의의가 있다. 지난 3월 2일부터 4월 20일까지 50일간 전국 시·군·구 지회의 경로당프로그램 관리자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서면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한노인회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여가복지시설 활성화를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고 올해 11월까지 자료집을 만들어 지자체와 시·군·구 지회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9월 20일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여야 보건복지위 간사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경로당 활성화 방안 및 바람직한 변화모형 모색 토론회’를 연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로당 사용면적의 경우 21~30평이 2만5583곳(39.9%)으로 가장 많았으며, 10~20평이 1만6754곳(26.1%), 31~40평이 1만116개곳(15.8%)을 차지했다. 10평 미만인 경로당도 4070곳(6.4%)에 이르는 등 30평 이하가 전체의 72.4%였다. 10평 미만의 미니 경로당은 대도시가 더 많아, 부산은 전체의 20.2%가 10평 미만이었고 서울(11.1%), 인천(10.6%), 광주(9.7)도 높은 편이었다.
30평 이하 규모의 경로당에서는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과 현장 지도자들의 중론이다. 방이 나눠질 경우 공간은 더 좁아지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라든가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공간 분리가 불가피하다.
경기도의 한 경로당 프로그램 진행자는 “10여명의 회원이 경로당에서 건강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부딪치지 않고 운동하려면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만 최소 20평은 확보돼야 하는데 전체 면적이 30평도 안 된다면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비록 10평 이하의 작은 경로당이라 할지라도 거기서 행복을 느끼며 즐겁게 지내는 노인들도 많이 있지만,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미래를 위해서는 경로당을 대형화 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입식 경로당을 만들어 목욕 등 위생관리를 할 수 있게 하고 원격의료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식사·청소도우미 있는 경로당 28.7%뿐
회원들에게 ‘점심을 제공한다’고 응답한 경로당은 87.1%로 높은 편이었다. 점심을 제공하는 경로당만 따로 설문했을 때, ‘매일(6~7일) 제공’은 29.9%, ‘5일 제공’ 25.0%, ‘4일 제공’ 12.6%, ‘2~3일 제공’ 32.5%로 응답했다.
점심 제공은 경로당을 이용하는데 중요한 동기를 제공한다. 언제 주로 경로당을 이용하는지에 대한 설문에 60.7%가 ‘오전 11시~오후 2시’를 꼽았는데, 이는 경로당 이용이 점심 식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경로당에서 식사 제공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에는 쌀이나 부식비 조달 문제도 있겠지만, 식사를 준비하는 도우미가 없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한다. 쌀이나 부식비가 있어도 매일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일은 연로한 회원들이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경로당 중 식사·청소도우미를 지원받는 곳은 2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우미에게 지급하는 수당(월 20만원 정도)의 재원은 ‘노인일자리 예산’이 55.2%였고, ‘지자체 지원’ 35%, ‘아파트단지 지원’ 3.7%, ‘자원봉사’ 6.1%였다.
이근홍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경로당에 지원되는 운영비로는 다양한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면서 “지원금을 점차적으로 인상하고 지역별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 회장 10명 중 2명은 여성
경로당 회장의 성별을 조사한 결과 남성이 5만1848명으로 80.9%를 차지했으며, 여성 회장은 1만2246명으로 전체의 19.1%였다.
지역에 따른 편차는 컸다. 제주도의 경우 여성 회장이 7.9%뿐으로 대부분 남성 회장 체제로 운영됐다. 제주 외에도 여성 회장 비율이 평균보다 낮은 곳은 충남(9.0%), 경북(11.6%), 충북(12.3%), 강원(12.4%) 등이었다.
반면 부산시는 남성 54.8%, 여성 45.2%로 남녀 회장의 성비가 거의 1대1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회장 비율이 30%를 넘는 시도는 부산 외에도 대구(37.7%), 서울(36.6%), 광주(34.5%), 울산(31.8%), 인천(30.1%) 등이었다.
강희성 대한노인회 복지부총장은 “경로당의 여성 회장 비율이 2년 전보다 5%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무조건 남성만 회장이 돼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여성들이 노인지도자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