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가 고령운전자를 위해 관공서 등에 어르신 우선주차구역을 도입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광명 스피돔(실내 경륜장) 주차장에 설치된 어르신 우선주차구역의 모습.

노란색으로 주차면‧선 표시… 도보이동거리 단축 등 편리함 제공

지병을 앓는 아내의 진료를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찾는 김병선(72) 어르신은 매번 주차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빈 곳을 찾다 주차장 안을 빙빙 도는 건 물론이고 나이가 들면서 좁은 공간에 차를 똑바로 넣는 것도 큰 일이 됐다. 주차 한 번 하는데 많게는 수십 분씩 걸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김 어르신은 이런 부담을 덜게 됐다. 병원 내 ‘어르신 우선주차구역’이 생기면서 한시름 덜게 된 것이다. 김 어르신은 “어쩔 수 없이 운전을 계속해야 하는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배려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교통약자인 고령운전자를 위한 ‘어르신 우선주차구역’을 올 2월부터 시범 운영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어르신 우선주차구역이란 고령운전자의 방문이 많은 건물에 이들을 위해 노면표시 및 안내표지판으로 주차공간을 설치해 주차 후 도보이동거리 단축 등의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주차장내 가장 주차하기 편한 곳에 노란색으로 주차선이나 주차면을 그리고 주차면 한 가운데 노란색으로 ‘어르신 우선주차’ 글씨를 써 우선주차구역을 표시했다. 우선적으로 관내 관공서나 대형쇼핑몰, 체육시설 등에 약 1000개면의 주차공간을 확보했고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게 ‘어르신 운전차량’ 스티커를 배포하면서 점차적으로 제도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평생 무사고를 자랑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운전에 제약이 따른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고령운전자의 경우 표지판 및 신호등을 판단하는 시력이 젊은 사람에 비해 20% 저하되고 돌발상황 판단시간은 2배 더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와 같은 고령화 문제를 겪는 일본은 2010년부터 노인 주차구역제도를 실시 중이다. 국내에서도 노인은 교통약자로 분류되지만 현행법(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은 장애인에 한정해 전용 주차구역을 지정하게 돼 있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은 설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노인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게 현실이다.
또 고령운전자 증가로 인한 우선주차구역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만 60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2011년 361만 명에서 2015년 571만 명으로 47% 가량 증가했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고령자 비중은 10%에서 15%로 늘었다. 고령운전자 사고 역시 지난 2014년 5768건에서 지난 2015년 6531건, 지난해 6577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경기 안양 샘마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76세 노인이 주차돼 있던 차량의 범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또 2월에도 경기 안산시 안산면허시험장 주차장에서도 69세 노인이 자신의 봉고차를 주차하다 직원의 차량을 들이받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인들은 어르신 우선주차제를 환영하고 있다. 다만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의 경우 주차문제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조례 개정을 통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우선주차구역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매년 고령운전자가 5만명씩 늘지만 법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차량 운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이들에 대한 필요한 지원을 최대한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