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노인전문교육원(우정연수원)이 지난 3월 21일 노인 사회의 기대 속에서 문을 열었다. 올해에만 경로당 임원 1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노인지도자 교육을 하는 등 앞으로 노인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교육원이지만 개관된 지 얼마 안 돼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이에 본지에서는 3월 27일부터 1박2일간 진행된 1기 노인지도자 교육 과정을 기자가 현장르포로 상세히 소개한다.

▲ 제1기 노인지도자 교육이 시작된 3월 27일, 무주노인교육원 일대에 눈이 내려 절경을 이뤘다.

“와~”
지난 3월 27일 전북 무주 노인전문교육원(이하 무주교육원)에 도착해 받은 첫인상은 ‘와’라는 감탄사였다. 좌우로 100m쯤 길게 뻗은 지상 3층의 건물 외관은 평범한 유스호스텔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건물 앞으로 펼쳐진 풍경이 절경이었다. 건물 앞 작은 연못부터 그 옆에 넓게 펼쳐진 호수, 그리고 산 너머 풍경은 절경이란 단어를 절로 연상케 했다. 때마침 내린 눈도 한몫 했다. 설산에 우뚝 선 교육원의 모습은 앞으로의 교육을 기대케 했다.

휠체어 탄 노인 고려한 문턱없는 시설, 건강코너 갖춘 식사 등 인상적
10시간 넘는 교육 강행군… 분임토의 통해 지도자 역할 등 스스로 모색

내부 역시 여타 건물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좀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세세한 것까지 신경쓴 배려가 돋보인다.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게 고안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다.
5층 이내 건물은 법적으로 설치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10명씩 수용이 가능한 엘리베이터 두 대를 설치했다. 계단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안정감 있게 오르게 하기 위해 안전손잡이도 양쪽에 설치했다. 계단 높이도 낮아서 굳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오르내리느데 불편함이 없었다.

6명이 누워도 넉넉한 숙소 공간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교육생들이 머무르는 6인실 숙소였다. 처음 방문을 열었을 때 문턱 대신 오르막이 있어서 놀라웠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인들을 위한 배려였던 것이다. 화장실과 세면실도 분리돼 있는데 화장실 역시 장애인용으로 설계돼 있다. 세면실에도 샤워부스 2개와 세면대 2개를 설치해 최대 4명이 동시에 씻을 수 있었다.
6명이 다 누워도 공간이 넉넉했다. TV가 다소 작은 것은 아쉬웠지만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영화, 스포츠, 등 100여개의 케이블 채널이 설치돼 무료함을 달랠 수 있다.
실수로 수건을 챙기지 않았는데 다행히 교육원에서 각방마다 인원수에 맞게 배치해둬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다만 매점이 없는 점은 좀 불편했다. 실제로 몇몇 교육생들이 칫솔, 면도기 등을 준비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수건과 비누는 준비돼 있지만 그밖의 개인용품(치약, 칫솔, 샴푸, 면도기, 각종 로션)과 간단한 주전부리 정도는 챙겨 오는 것이 좋다.
간단히 내부를 둘러보고 나니 1기 교육생들이 속속 도착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들이었지만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표정은 마치 수련회를 온 학생들 같았다. 교육생들은 방 배정을 받고 짐을 옮긴 후 곧바로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 강희성 중앙회 복지부총장(사진 왼쪽)이 교육생들에게 1박2일간 유의해야 할 사항을 설명 하고 있다.

숙박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식사인데 이 역시 만족도가 높았다. 첫날 입교식 전 점심식사부터 다음날 수료 후 점심식사까지 총 4끼의 식사를 제공하는데 맛과 영양을 고루 갖췄다. 매끼마다 불고기, 생선구이 등 주요 반찬과 함께 4~5가지 밑반찬을 준비하고 잡곡밥, 현미밥 등 두 가지 밥을 제공해 선택의 폭도 넓혔다. 건강코너를 따로 준비해 죽, 유산균, 칼슘 등을 제공해 영양도 챙겼다. 이로 인해 식사 내내 곳곳에서 음식이 맛있다는 호평이 흘러나왔다. 진안군 황연체(번암경로당 회장) 교육생은 “간도 짜지 않고 밥도 두 종류 중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 식사 시간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오후 1시가 가까워지자 대강당이 어수선해졌다. 대망의 1기 노인지도자 교육 입교식을 앞두고 160여명 교육생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대부분 여행을 온 듯이 산만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대표로 노인강령을 낭독할 청주시 김병천 교육생과 진안군 양의영 교육생이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병사들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예행연습을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긴장감이 돈 것이다. 이어 이 심 중앙회장, 이병순 노인교육원장 등 내빈이 등장하고 입교식이 시작되자 교육생들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진지하게 임했다. 노인지도자다운 면모를 조금씩 갖추기 시작했다.
입교식이 끝나면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집중교육이 진행된다. 경로당 임원으로서의 역할과 자세부터 각종 질환 정보 및 건강관리법, 운영에 필요한 회계 교육, 노인들에게 유익한 제도 활용법 등 노인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서 가르쳤다.
대학교 강의 수준의 내용이어서 다소 어려울 법도 했지만 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하품조차 하지 않고 교육에 집중했다. 대학 강의에서도 학생들이 교수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지루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선 달랐다. 교육생들은 매번 적극적으로 질문에 답했다. 이로 인해 지루할 법한 수업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전체적인 교육 내용은 ‘노인지도자는 경로당과 사회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노인에게 필요한 건강 상식을 비롯해 인문학 소양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다소 의아해 했던 교육생들도 교육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을 때는 이 목적에 공감했다. 청주시 노재동(신송2리경로당 회장) 교육생은 “경로당 임원은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교육을 통해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 산책시간에 교육생들이 설천 호숫가를 돌아보고 있다.

4시간의 교육이 끝나면 6시부터 20분간 설천 호숫가 인근에 조성된 둘레길을 걸었다. 산책은 빡빡하게 진행된 교육에 일종의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눈 내린 날씨 때문에 다소 쌀쌀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생들은 경쾌한 걸음으로 산책길로 나섰다. 어느 곳을 찍어도 작품일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어 부지런하게 셔터를 눌렀다.

산책이 끝나면 저녁식사 후 곧바로 교육의 하이라이트인 분임토의가 시작된다. 경로당에서 벌어지는 각종 갈등과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주제로 진행된 분임토의에서 교육생들은 자신의 경로당에서 벌어진 이야기와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법을 모색해나갔다.
이와 함께 교육생들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과중한 의료비 지출을 막아 국가 재정 절감에도 큰몫을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대부분 참여했다.
2일차 교육은 분임토의 내용을 발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각조의 방장들이 나와 전날 토의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교육생들은 공통적으로 경로당 갈등 해결에는 회장의 적극적 개입과 자질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스스로 도출해냈다.
청주시 이성길(대련1리경로당 회장) 교육생은 “각자 경로당에서 겪었던 갈등 사례와 해결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학사모 쓰고 사진찍기 삼매경
분임토의까지 마치면 모든 교육 일정이 끝나고 곧바로 수료식이 시작된다. 교육생 대부분이 난생 처음 가운과 학사모를 써서 그런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 교육생은 두툼한 겉옷을 벗지 않고 그 위에 졸업가운을 입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파란색 가운과 학사모를 갖춘 교육생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사진 찍기 삼매경에 빠졌다. 1박 2일간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모두 날려버린 듯 웃음소리와 미소가 끊이질 알았다. 이어 진행된 수료식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다만 처음과 달리 교육생에서 수료생으로 변신한 노인지도자들은 처음과 달리 위엄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