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노인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하는 노인 모니터링단을 이용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권위 노인 모니터링단의 모습.

인권위, 서울‧부산 등 의료기관 모니터링단 운영… 정책개선 반영

정해진 지침대로만 움직이는 영국 공무원들의 행태를 노인들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비판하며 지난해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책을 설계‧시행할 때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국내에서도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일명 ‘노인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며 노인들의 입장을 반영해 각종 정책을 수립‧수정해나가고 있다.
지자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노인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 양천구다. 2015년부터 관내서 벌어지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65세 이상 주민들로 구성된 ‘재난안전실버감시단’(이하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 6개동 12명으로 시작돼 지난해 10개동 20명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14개동에서 35명의 노인들이 감시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인들로 구성한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이었다. 지역에서 오래 거주했기 때문에 취약지역이 어딘지 사고가 어디서 자주 발생하는지 등 지역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감시단역으로 가정 적합했다.
감시단은 2인 1조(혹은 4인 1조)로 활동하며 주2~3회 월 10회 가량 순찰에 나선다. 한번 순찰시간은 3시간 내외인데 날씨가 무더운 요새는 해가 뜨기 전인 새벽 시간에 거리에 나선다. 골목 외곽지역, 공사현장 등을 돌며 도로가 파인 곳은 없는지, 담벼락에 금간 데가 없는지를 확인한다. 이때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당 동주민센터에 알려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거리 곳곳에 붙은 불법 전단지를 수거하고 안전관련 주민홍보 등 지역 내 안전홍보대사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감시단으로 활동하는 조봉진 어르신은 “공사장에서 위험요소가 발생하면 해당 관리자에게 즉각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하는 등 곳곳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를 감시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지적한 것이 개선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효과도 컸다. 지난해에는 2만개소를 순찰해 220건의 위험요인을 발견해 개선했다. 이틀에 한 건 이상 마을의 위험요소를 제거한 것이다. 대표적 성과는 금이 간 아파트 옹벽을 조기 발견해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구한 것이다. 감시단의 신고를 받고 구청이 긴급 보수에 나섰고 재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양천구 관계자는 “감시단 운영을 통해 앞으로 안전문화 확산시키고 위험요소를 제거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오는 9월까지 노인들이 직접 지역보건의료기관을 살펴보는 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광주·대구·대전 등 5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할 73명의 모니터링단은 구성원의 90%(66명)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며 80대 이상 노인도 2명도 포함됐다.
인권위와 모니터링단은 지역사회 공공 보건의료기관의 접근성, 제공 서비스 현황, 만족도 등을 살펴 노인 이용자 수요에 부합하는 서비스 개선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생활이 개인의 자존감 유지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기초가 된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모니터링단 활동 결과를 토대로 향후 노인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적 개선사항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도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실버인권지킴이를 위촉해 부천시 내 모든 노인복지시설 입소 어르신에 대한 인권보호 활동을 펼친다.
지난해 25개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것을 전체 요양시설 131곳으로 확대하고 노인주거복지시설 4곳도 포함한다.
또 기존 요양시설 종사자로 구성하던 인권지킴이를 어르신으로 구성된 실버인권지킴이로 선발했다. 실버인권지킴이는 오는 11월까지 2인 1조로 4개 권역으로 나눠 활동하게 된다. 하루에 3~4개 시설을 돌며 입소어르신에 대한 인권보호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 또 보호자 등에 대해 노인학대신고번호(1577-1389) 홍보와 함께 홍보 전단지 및 스티커 부착 등 노인학대 예방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