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임시직이 대부분인 고령자들의 불안정한 근무형태가 낮은 고용률과 더불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고령자들의 취업이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기여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시니어 세대의 취업 현황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1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들 중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60%로 나타났으나 실제 고용률은 30%에 그쳐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고령자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 고령자들의 고용률은 23%로 남성 고용률(41%)보다 훨씬 낮았다.
시니어 세대들의 취업에 있어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결국 하게 되는 일은 아파트 경비원, 주차관리원, 미화원, 요양보호사, 가사도우미 등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 어떤 일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꺼려하는 지극히 한정적인 직종에서 시니어 세대들을 활용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11.6%에 불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이 최근에는 2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니어 세대들의 급여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다. 임금근로자 전체 평균 월급여를 100으로 했을 때 60세 이상 취업자의 월급여 수준은 77.7(남성 86.4)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1992년부터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라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령자는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60세 미만의 조기퇴직자가 양산되고 있으며, 직원의 근속연수에 따라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연공서열제도 역시 기업에서 고령자의 고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상대적으로 연령에 의한 차별이 적고, 노인 고용을 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기업 채용 및 인사 관행에 있어서 연령에 의한 차별을 억제하는 법을 제정하고 있으며, 연령과 상관없이 직무가치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기업문화가 형성돼 있어 기업이 고령인력을 단기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된 일본은 모든 민간 기업들이 60세 이상 노인을 전체 종업원 수의 6% 범위 내에서 의무적으로 고용토록 하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의 기업들이 고령자들의 노하우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능 전수를 중시하는 점은 국내 기업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시니어 세대들이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복지단체, 기업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고령자 고용 의무비율을 강제화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시니어 세대 취업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민간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고령자의 고용을 늘리고 이들과 공생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오영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요즘의 60대는 30년 전의 60대보다 현저히 뛰어난 체력과 높은 교육수준, 그리고 경제성장의 주역으로서 업무역량도 갖추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시니어 세대의 취업이 사회의 부담이 아니라 기여가 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기업, 국민의 인식과 역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