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NS를 즐기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 교육 중 SNS에 대해 교육받고 있는 어르신들.

범세계적 현상… ‘실버 서퍼’란 신조어도 등장
IT업계 시니어 고객 잡으려 맞춤 마케팅 열 올려

김상례(75) 어르신은 1년 전부터 스마트폰용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메신저 어플 ‘카카오톡’으로 가족과 소통 중이다.
김 어르신은 “유치원 다니는 손자의 얼굴을 보고 싶을 때 딸에게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다”면서 “의류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아들과 딸을 위해 TV에 예쁜 의상이 등장하면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보내준다”고 말한다.
언니인 김상순(81) 어르신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청력이 좋지 않은 언니에게 메신저로 안부도 묻고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고 초청 문자도 보낸다.
동생이 SNS를 즐기는 것을 본 김 어르신도 2개월 간 노력해 SNS를 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나, 좋은 글귀를 찾아 메신저로 지인들에게 전달해주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단다.
이처럼 SNS가 시니어들의 삶의 일부분으로 스며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2942명의 SNS 이용률은 15.1%로, 전년(9.5%)보다 5.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용 SNS 메신저 사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NS 메신저는 기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보다 문자·사진·동영상 전송, 단체대화 등이 간편한 것이 장점이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정순영 강사는 “현재 카카오톡 사용법을 위주로 한 노인 대상 스마트폰 교육을 진행 중인데 어르신들이 가족은 물론 지인들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며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시니어들의 행보는 이제 범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이들을 일컫는 ‘실버 서퍼’(Silver Surfer)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들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컴퓨터 등 다양한 IT기기를 이용해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만의 사회관계망을 돈독히 다지거나 확장시키는 것을 즐긴다. 국내에서도 SNS 메신저를 비롯한 각종 관련 콘텐츠를 활용하는 시니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한노인회 경기 의정부시지회 산하 봉사단체 ‘SNS고발대’는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SNS봉사대의 주 업무는 관내 민원사항을 찾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시청에 신고하는 것. 현재 남녀 어르신 23명의 대원은 3월부터 매달 2회 6시간씩 민원신고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좋은 성과도 여러 건 달성했다. 봄비가 내린 지난 4월 14일에는 하천을 찾아 배수 불량 상태를 촬영해 신고를 마쳤다.
SNS고발대 오흥덕 회장(77)은 “5월부터는 관내 고등학생 20여명과의 협업도 시작되는데, 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사회에 봉사하는 노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흥덕 회장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컴퓨터로도 SNS 활동을 즐긴다. 현재 개인 ‘페이스북’ 홈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엔 페이스북으로 오래전 연락이 끊긴 초등학교 동창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렇게 실버 서퍼족의 영향력이 커지자 IT 업체들은 잇달아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 및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신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4’에 ‘호버 줌’이라는 돋보기 기능을 탑재했다. 특정 영역에 전용 펜을 가져다 대면 돋보기가 나타나 사용자가 원하는 배율만큼 화면을 확대해 보여준다.
또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연령대임을 감안해 몇몇 스마트폰 제조 업체는 기기에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해 출시하기도 했다. 심박수 측정은 물론 골프, 수영 등 수십가지의 운동 유형에 따른 평균 칼로리 소모량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기능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SNS를 심도 있게 활용하는 시니어들의 숫자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며 관련 산업도 커져갈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는 기존 노년층보다 더 트렌드에 민감하고 경제적 여유도 갖춰 콘텐츠 소비에 지불하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 편”이라며 “새로운 노년층을 겨냥한 업체들의 맞춤 서비스와 콘텐츠 제공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