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심 회장은 기고문에서 “현재 노인 나이로는 자식 세대에 부담을 키워 미래가 암울해진다”며 대한노인회가 이 제안을 한 것은 그간 공론화되지 못했던 사안을 활발한 토론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그동안 대한노인회가 ‘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사회의 어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과 궤를 같이한다.
기준연령 조정 방법으로는 4년마다 1세씩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대한노인회는 ‘공론화’와 관련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정한다기 보다는 기준연령을 조정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열릴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졸속으로 처리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거쳐 전문가 논의를 통해 일자리 대책 등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합의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5월 27일자 사설을 통해 <대한노인회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제안’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대한노인회의 노인 연령 상향 제안을 지지한다>는 제목으로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연령을 올리면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혜택 개시 연령이 따라 오르게 된다. 노인한테는 불리하다. 그런데도 스스로 연령 상향을 공론화한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썼다.
고령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노인 연령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간헐적으로 제기됐지만 노인의 반발 때문에 공개적으로 꺼내지 못했는데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두 신문의 사설은 노인 기준연령을 끌어올리는 데는 무수한 가시밭길이 있음도 공히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린다면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해도 ‘은퇴는 했으되 노후 복지는 못 받는’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노인빈곤이 악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60대 연령층이 그 10년 동안 생산적 활동에 종사해 사회에 기여하면서 이모작 인생을 꾸려갈 수 있도록 분위기와 제도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2010년 10월 사르코지 정부가 은퇴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65세에서 67세로 올리려 했을 때 프랑스 전역에서 200만명이 들고일어나 한 달 넘게 시위를 벌인 사실을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초수급자 기준을 완화해 빈곤 노인을 더 끌어안고 기초연금을 개혁해 저소득 노인에게 가는 몫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노인의 전직 훈련과 고령자 적합 일자리를 늘리고 오래 일할 수 있게 세제·사회보험 등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론화’ 제안이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이제 전문가들의 노인복지 재설계가 향후 사회적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70세로 늦추는 것보다는 우선 67~68세로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되, 고령화 속도에 따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대한노인회가 굉장히 중요한 제안을 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높이 평가하고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이 제안을 덜컥 환영만 할 게 아니라 우리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노인 복지·빈곤·일자리 등과 같은 중요한 이슈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혜를 모아서 노인의 연령기준 상향 문제를 같이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당사자인 대한노인회가 공론화를 제기한 만큼 범정부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