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생활고가 가장 큰 원인… 다양한 가교연금 활용 고려해야
5년 조기 신청 시 매년 6%씩 30% 삭감, 정상 연금에서 70%만 수령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던 박유진(56) 씨는 올 초 가게 문을 닫으면서 국민연금공단에 조기노령연금 수령을 신청했다. 당장 벌이가 사라지면서 생계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1960년생인 그는 원래대로라면 62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문제는 연금 수령을 5년이나 앞당기면서 연금액이 30%나 깎인 것이다. 그는 “받는 돈이 줄어들긴 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것이 힘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그나마 이렇게라도 기댈 데가 있으니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국민연금과 이를 최대 5년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이하 조기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시행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로 만 18세~60세의 국민이 소득의 일정부분을 납부하고 노령, 장애, 사망 등의 위험에 처했을 때 연금으로 지급받는 사회보험이다. 출생년도에 따라 60~65세 사이에 수령가능하며 가입기간 10년 이상일 때만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에는 박유진 씨와 같이 본인의 선택으로 연금을 최대 5년 빨리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이른바 ‘조기연금’이다. 은퇴 후 소득이 없거나, 일을 하더라도 소득이 적은 가입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2015년 현재는 56세부터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조기연금을 신청하면 연금을 일찍 수령함에 따라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1년 일찍 신청할 때마다 연간 6%씩 연금액이 줄어든다. 따라서 5년 일찍 신청하면 30%나 연금이 깎여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70%만 받게 된다.
이를테면 현재 56세인 사람은 62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조기연금을 신청한다면 70%를, 61세에 신청한다면 94%를 받게 되는 것이다.
조기노령연금을 탔을 때 받는 불이익은 이뿐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장애가 생겼을 경우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연금 가입 기간 동안 신체적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조기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장애에 대해서는 장애연금을 받을 자격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도 국민연금급여지급 사업 예산안’을 보면, 조기연금 수급자와 수급액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조기연금 수령자는 18만4608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214만9168명)의 8.59%였다. 이후 완만하게 늘다가 2013년 40만5107명(14.26%)을 돌파했고 2014년에는 42만8828명(14.8%)까지 뛰어올랐다. 올해에는 조기연금 수령자가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325만9542명)의 15.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 수급자 100명 중 15명꼴이다.
조기연금 수급자 증가는 그만큼 우리나라 중장년들의 생활이 고달프고 불안하다는 뜻이다. 본래의 취지는 퇴직한 국민연금 가입자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지만 연금액보다 크게 줄어 노후소득 보장수준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조기연금 신청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2013년 고용노동부가 정년 제도를 시행하는 18만844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정년은 58.6세였다. 이중 24.4%의 기업은 정년이 55세였다. ‘60세 이상 정년’을 도입한 기업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4.1%에 그쳤다.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연령 의 시간 차이가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 이상인 셈이다.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있는데다 퇴직 후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방편이 없다. 여기에 일정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보내야 할 노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박상현 연구위원은 “퇴직이 시작되는 50대 중반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시기까지 수입이 없는 기간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라며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다양한 가교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