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4일, 베트남 호치민시 뉴월드호텔에서 열린 합동잔치에서 이 심 회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양필석 베트남지회장과 박노완 베트남 총영사 등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양필석 베트남지회장 “지난해 합동금혼식에서 영감 받아”
이 심 회장, 베트남 총영사, 한인단체장 등 300여명 참석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대학생들이 아리랑을 부르며 부채춤을 추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풍성한 잔치 상을 받아놓은 남녀 노인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7월 24일, 베트남 호치민시 뉴월드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베트남지회 합동잔치 장면이다.
베트남지회는 고희(70세·8명), 희수(77세·6명), 산수(80세·5명), 미수(88세·1명)를 맞은 20명의 회원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산수를 맞이한 한 어르신은 “30대에 베트남에 와 자식 키우며 먹고사느라 변변하게 미역국 한번 얻어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노인회에서 이처럼 성대한 생일상을 차려줘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합동잔치에는 양필석 베트남지회장, 박노완 베트남 총영사, 홍순창 부총영사, 이충근 호치민 한인회장, 이종회 호치민 한인상공인연합회 명예회장, 유명식 민주평통베트남협의회장,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과 연합회장, 이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베트남에는 12만여명의 한국 교포가 있는데 그 중 8만여명이 호치민 시에 거주하며 이 가운데 노인은 2만여명이다. 2008년 대한노인회 베트남지회가 설립돼 현재 회원은 150여명. 양필석 베트남지회장은 “지난해 말 성대하게 거행된 대한노인회 합동금혼식에 감동 받아 오늘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이 자리가 부모에 대한 효를 으뜸으로 여기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교민 사회에 전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작년 11월 30일, 롯데호텔에서 이 심 회장 부부를 비롯 41쌍 부부를 한 자리에초청해 정원식 전 국무총리의 주례로 전통혼례에 따라 합동 금혼식을 거행한 바 있다.
이 심 회장은 생신을 맞이한 주인공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축하를 한 후 “베트남지회가 소통과 화합을 통해 한인사회를 책임지는 구심점이 돼 대한노인회가 자랑하는 지회로 번창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노완 총영사 등 한인단체장들은 “타국에 와 온갖 고생 끝에 자리잡고 자식 부양에 헌신한 어르신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위로해주었다.
한편 이 심 회장 일행은 합동잔치 전날인 23일 오전, 베트남 총영사관을 방문해 박노완 총영사와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박 총영사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노인회·기업단체 등이 사용할 수 있는 한인회관 건립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지회는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오후에는 대장금 식당에서 베트남지회장 등 임원 35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베트남지회장 등은 대한노인회에 좀 더 많은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심 회장은 “베트남지회에 더 관심을 갖고 다각도로 지원을 모색해보겠다”면서 “지회가 단합과 화합을 통해 자활적으로 운영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세계 5번째 유전 보유국이지만 국민소득이 2000달러에 불과한 개발도상국이다. 노인복지가 초기 단계이며 베트남 정부의 교포노인에 대한 지원은 없다. 한국교민은 월남전과 그 후 베트남에 건너간 이들과 정부기관·기업체 주재원들로 구성돼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다. 영어학원보다 한국어학원이 더 많을 정도이며, 한국어를 할 줄 알면 직장에서 높은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그늘도 있다. 한국남성이 월남여성에게 낳은 자녀가 5만여명으로 이들이 어느새 40대 후반이 됐다. 이들이 아버지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대한민국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