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대신 의료진이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는 ‘가정 호스피스’가 연내 도입된다. 보건복지부는 관련 규정이 법제화 되는 대로 ‘가정 호스피스’에도 건강보험 수가를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가정 호스피스는 환자가 임종 전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공유할 수 있고, 병원 감염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등이 격주에 한 번씩, 최대 주 2회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동에 입원했을 때와 차별을 두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호스피스 병동에 우선적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가정 호스피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가정 호스피스로 증상 조절이 안 될 경우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관리한다”고 말했다.
가정 호스피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의 조사에 의하면, 말기암 환자의 75.9%가 ‘가정에서 지내기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또 ‘가정 호스피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89.1%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복지부는 “가정 호스피스와 관련한 법령 개정이 늦어졌다”며 “8월말∼9월초에 법령을 개정하고, 10월부터 수가 시범사업을 시행토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완화의료 전문기관은 최대한 수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정 호스피스 제도가 정착되려면 의사의 ‘방문 수가’와 가정에서의 간병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보험이사)는 “가정 호스피스는 가족들이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원치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장기요양보험과 연계해 환자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가정 호스피스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의사가 환자의 집을 방문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의사의 방문 수가를 적정하게 보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호스피스 병동 입원시 7월 15일부터 건강보험 적용=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을 이용하는 말기암 환자들은 7월 15일부터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이는 2003년 암 관리법이 제정된 지 12년 만이다.
복지부는 말기암 호스피스의 하루 진료비에 정액 수가를 적용하고, 비급여 항목은 최대한 불허해 환자 부담을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말기암 환자에게는 간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의 전문 간병 서비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간 간병인이 환자‧보호자와 사적 계약을 맺어 특별한 관리 없이 24시간 병실에서 숙식하면서 환자를 돌봤다면, 호스피스 전문 간병은 전문 요양간호사가 3교대로 위생‧식사‧이동 등 환자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면서 의사‧간호사와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연계된다. 환자 부담은 하루에 4000원이다.
단, 초기에는 간병인 서비스를 호스피스 기관이 선택해 신청하도록 했다. 7월 15일 현재 간병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피스 기관은 전국에서 대구의료원 한 곳뿐이지만, 향후 10여곳으로 늘어날 것이란 게 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호스피스 진료에 일당정액수가를 적용함에 따라 환자들의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
예컨대, A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23일간 입원하고 임종한 말기암 환자 B씨는 21일 동안 5인실, 2일 동안 임종실에 머물러 총 681만8596원의 진료비가 발생했다. 하지만 B씨는 식대와 진료비를 합쳐 총 43만7035원만 부담하면 된다. 종합병원급 완화의료기관에 입원했을 경우 환자 부담은 51만3395원으로 조금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