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증상과 예방법

김정춘 어르신(71)은 지난 주말 친구들과 함께 관악산으로 등산을 하러 갔지만 산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되돌아왔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심장이 심하게 조여 오면서 쿵쾅거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어르신은 병원을 찾았고 검사결과 심장이 뿜는 피를 온몸으로 퍼뜨리는 ‘관상동맥’의 세 줄기가 모두 막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 주변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호흡과 혈액순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법을 미리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건국대병원

기온 떨어지면 말초혈관 수축돼 혈압 상승… 돌연사 부르기도
골든타임 내 치료 중요… 응급조치 후 2시간 내 병원에 도착해야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김 어르신과 같이 심혈관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단일 질환으로 사망원인 1위에 꼽히는 심혈관계 질환은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발병 전 전조 증상이 매우 드물어 평소에 문제가 없다가도 요즘처럼 쌀쌀해지면 갑자기 문제를 일으킨다.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 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말초동맥들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10도를 넘게 되면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4%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혈관질환이 일교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혈압 때문이다. 혈압은 보통 여름철에 낮은 반면, 찬바람이 시작되는 가을철을 기점으로 상승한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10도 떨어지면 혈압은 13㎜Hg 정도 높아진다. 혈압 상승은 뇌졸중,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대동맥박리, 심부전증 등 심혈관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혈액 공급 안 되면 가슴에 통증
우리 몸을 구성하는 신체 조직은 생존과 활동을 위해 산소와 영양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산소와 영양분을 혈액이 운반하게 된다. 이때 심장은 혈관 안의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 심혈관질환은 이렇게 혈액이 순환하는 데 필요한 심장 또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다. 심장 자체도 신체의 한 조직으로서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받기 위해 혈관(관상동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게 되면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협심증은 심장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환자가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혈관이 좁아져 충분한 혈액 및 산소공급이 되지 않으면 흉통이 발생되고 적은 양의 운동이나 휴식 중에도 통증이 발생하거나 통증의 빈도가 증가된다.
심근경색은 협심증과 달리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완전히 막혀서 심장 근육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것(괴사)을 말한다. 40·50대 남성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이 오면 1시간 이상의 아주 심한 가슴통증이 유발되고 휴식이나 혈관확장제 투여로도 호전되지 않는다.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질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증상 발생 후 가능한 빨리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은 동맥경화로부터 시작된다. 동맥경화는 동맥혈관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 세포들이 누적돼 혈관을 좁고 단단하게 변형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관상동맥뿐만 아니라 뇌혈관과 신체의 여러 혈관(주로 동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뇌졸중이나 말초혈관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동맥경화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부정맥 증세가 나타나면 먼저 가슴에 통증부터 생긴다.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도 보이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상태가 악화되면 심장마비가 유발될 수도 있다.

◇음주‧흡연은 심혈관질환 주범
이러한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에는 잘못된 식습관, 운동부족, 음주, 고혈압, 당뇨병, 흡연, 비만 등이 있다.
무엇보다 심혈관질환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음주, 흡연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음주를 할 경우에는 심방세동 등의 부정맥과 심근 허혈을 유발 시킬 가능성이 있다. 흡연 또한 담배 속의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의 물질들 때문에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에 부담을 주고 심장이나 뇌로 가는 산소 운반 능력을 감소시켜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고 악화시킨다.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는 습관도 들여야 한다. 적절한 운동은 혈압과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감소시켜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억제하고 이로 인한 사망위험을 줄여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환 교수는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심장전문의 진료와 운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운동은 강도 높은 운동을 단시간 동안 하는 것보다 가벼운 운동을 오래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8분 이내 심폐소생술 실시해야
응급상황이 발생했다면 재빠른 응급조치도 중요하다. 증상이 발생하고 최대 8분 이내 응급조치를 취해야 병원에 이송이 된 후에도 뇌손상 없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주변에 급성 심근경색증이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면 최초 목격자는 119에 구급 요청부터 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을 하기 전에는 우선 이마와 턱을 가볍게 잡고 머리를 뒤로 젖혀 기도를 열고 호흡을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5~10초간 확인 시에도 호흡이 없다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다칠 수도 있고 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심정지가 확인이 된 후에는 양 유두 사이에 손바닥 아래쪽을 대고 다른 손으로 깍지를 낀 다음 팔과 몸을 수직으로 만든 후 양 무릎은 어깨 넓이로 벌린 채 5cm 깊이로 누른다고 생각하고 힘을 다해 30회 가량 압박해야 한다. 이 때 팔을 수직으로 세우지 않으면 상대방 갈비뼈에 무리가 가서 갈비뼈가 부러질 수 있다.
압박 후에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턱을 들어 이마를 뒤로 젖혀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지한 후 상대방 입을 자신의 입으로 감싸듯 막은 후 가슴 쪽을 보면서 숨을 2번 불어 넣어야 한다. 이 때 가슴이 움직여야 숨이 제대로 전달된 것이며,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골든타임은 2시간
응급조치 후에는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혈관질환의 골든타임은 2시간이다. 골든타임 내에 시술한다면 생존 확률은 91%에 이르지만 이 시간을 넘기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증상이 나타난 뒤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 비율은 50%를 밑돈다.
이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증상이 발생된 즉시, 응급치료가 가능한 전문 의료기관에 가야 하나 병원 도착시간은 아직까지도 골든타임 보다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사망률과 재발률도 증가 추세에 있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 없이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가까운 큰 병원 응급실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