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정년퇴직 연령을 국민연금 수령과 일치되도록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올리는 방안도 본격 검토된다.
출산을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는 청년들이 결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청년일자리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0월 1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개최해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 10월 19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서울시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실에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노인 기준연령 조정 위해 연구용역…2017년 본격 논의
여성‧빈곤층 연금 가입 늘려 ‘1인 1국민연금’ 체제 확립

◇예비부부에 초점을 맞춘 저출산 대책
이번 3차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의 핵심 원인이 경제적 이유에 따른 만혼(늦게 결혼하는 것)과 비혼(결혼을 하지 않는 것) 현상에 있다고 보고, 예비부부인 청년들의 결혼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간 출산을 늘리는 대책은 기혼가구의 양육부담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제로, 25세 미만에 결혼한 여성은 평균 2.03명의 자녀를 낳지만 35세 이상에 결혼한 여성은 0.84명의 자녀를 낳는 등 비혼‧만혼이 저출산 추세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2014년 기준 1.2명 수준인 합계출산율을 2020년엔 1.5명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1960~70년대 ‘둘만 낳아 잘 기르자’와 80년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180도 바뀐 현실을 보여준다.
시안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전세자금 대출한도가 상향 조정된다. 수도권은 1억원에서 1억2000만원, 비수도권은 8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한도가 올라간다.
또한 결혼 예정자에게 신혼부부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 입주가 허용되고,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선정시 부부 평균 나이가 어릴수록 높은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고령화 대책은 정년제 개선과 국민연금 확대
내년부터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정년 60세가 적용되고 2017년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60세 이상 정년을 안착시키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는 기업에 대해 재정지원과 컨설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년 60세가 정착되더라도 국민연금의 수령시기와 정년 사이에 시간차가 발생해 1~5년간 연금 없이 살아야 한다.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현재 61세이지만 2033년(1969년생 기준)에는 65세로 늦춰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연금 수령과 정년의 단계적 일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 근로빈곤층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여 ‘1인 1국민연금’ 체계를 확립키로 했다.
이와 함께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내년부터 연구에 돌입하고 2017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밖에 내년부터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에게 시세의 30% 수준으로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청회 “백화점식 나열” 비판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의 시안에 대해 근본적인 저출산·고령사회 해법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이번 3차 기본계획 역시 1, 2차와 마찬가지로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고 백화점식 정책 나열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도 “정부 각 부처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책의 방향이 다 다르다”면서 “일본처럼 저출산 문제를 전담하는 장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상한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혼부부 주거 지원 강화 방안에 대해 “현재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130만가구로 한정돼있는 상황에서 신혼부부를 중점 지원하다 보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칫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 취약 계층이 입주를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령사회 대책의 일환으로 현행 65세인 노인기준을 재정립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노년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해도 부족한 판에 정부가 재정절감만 생각해 노인연령 상향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환 대한노인회 사무총장은 “우리가 얘기한 것은 노인연령이 66세가 좋을지 67세가 좋을지 논의의 장을 열자는 것이었다”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전에 확정적으로 70세로 올리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인택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노인 기준연령 조정은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보다 큰 틀에서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국가운영의 틀을 어떻게 바꿀지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